큰아이가 지난 금요일 초등학교 2학년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봄방학에 들어갔습니다. 담임 선생님께서 1년 동안 아이들이 쓴 시, 일기, 친구 소개, 독후감, 편지 등을 편집해서 훌륭한 문집을 만들어 나눠 주셨습니다. 저와 제 집사람도 겨울 방학 동안 워드 작업을 통해 적은(너무 적어 부끄럽지만) 도움을 드린 문집이라 뿌듯한 마음으로 읽어 보았습니다. 비록 맞춤법이 틀리고 멋진 문장은 아니지만 가식적이지 않은 정말 솔직한 아이들의 글에서 순수함을 느낍니다.
그중에서도 아이들이 "시험"을 제목으로 쓴 시를 보며 어른으로서 너무나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비록 원 저자인 아이들에게 인용할 수 있는 허락을 직접 얻지는 못했지만 2009년을 사는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의 시험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 무엇이, 누가 우리 아이에게 이런 굴레와 고통을 주고 있는지 같이 느끼고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음의 시는 "2009학년도 꿈나무 반 학급문집"에서 발췌한 초등학교 2학년의 "시험"이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어린이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학교와 저자 이름은 밝히지 않습니다. 문집이 이미 어린이가 직접 쓴 원문을 맞춤법에 맞춰 약간 교정해 발간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추가 교정은 하지 않고 문집에 실린 그대도 올립니다.)

시험 보기 전 100점 받고 싶은데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백점 받고 싶은데
한 문제씩 틀렸다.
이제 난 죽었다.
한 문제에 5대
합이 열 대
이 세상에 시험이 없었으면 좋겠다.
난 시험 보기전날 5~10분만 공부한다.
왜냐 하면 나는 공부를 안해야 성적이 더
높아서이다.
시험 보는 날은 운이 없는날.
난 엄마의 잔소리 듣기 싫어 가끔 공부 하
는 척을 하곤 한다.
시험은 참 짜증난다.
시험은 싫다
나가 놀지도 못 한다
공부해도 뭐 점수도
잘 안 나오는데
난 절대 시험공부 안 할 거다
그래도 시험공부 하라는
엄마의 잔소리 때문에
억지로 하는 시험공부
시험은 어렵다
맨날 시험만 보면 싫증이 난다
나는 오늘 혼나게 생겼다
한 쪽은 95점
한 쪽은 85점
아빠가 90점 이하는 혼낸다고 하셨는데

나는 집에 가면 죽어야 되나?
조금씩 다가오는 운명의 시간
선생님이 주시는 운명의 종이
40분 안에 모든 것이 걸려있다
잘하지 못하면 망신을 당하고
잘하게 되면 칭찬을 받고
모든 것이 걸려있는 성취도평가

아무 소리 없이 조용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한숨소리만
조금씩 다가오는 비극의 시간
시험이 싫다. 시험이 싫다.
정말로 정말로 시험이 싫다.
맞으면 행복 시작 ,
틀리면 불행 시작
왜 이 세상에 시험이 있을까
시험아! 시험아!
이 세상의 모든 시험아!
우리 좀 괴롭히지 마
우리 좀 쉬게 해주 렴
제발 그렇게 만들어 주렴
시험은 복잡하다
100점 맞으면 좋다
언제나 뭘 사주기 때문이다

그래도 100점 받으려고
맨날 공부하는 시험이 싫다
시험 보니 가슴은 두근두근
어려울까 쉬울까 콩닥콩닥
그때!
시험지가 펄럭이며 왔다
받자마자 걸리는 게 한두 가지
시험이 없으면 좋겠다
시험은 복잡하고 어렵다.
문제집을 풀었는데
복잡하고 모르는 문제들 나오면
방안에 붙잡혀 않아 공부를 한다
이런 시험은 학생들에게 지옥이다.
내 생각대로 되는 시험
90이면 90
100이면 100
내 생각대로 되는 시험
이런 시험만 있으면 좋겠다.
시험점수가 60점 아래면
엄마한테 혼난다

휴 다행이다
이번 시험은 60점 넘었다.

그래도 시험은 싫다.
조마조마해서 싫다.
나는 긴장을 안 하던 마음이
시험만 보면 긴장이 된다
그래서 가끔은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
엄마와 공부한 게 지워지면 0점이 돼서
엄마에게 혼이 날 거 같은 예감이
머릿속 안을 맴돈다.
나는 시험시간이 지옥의 시간 같고
너무나 싫다
손이 부들부들
심장은 쿵덕쿵덕
떡방아를 찧네

수학 국어 시험지는 나의 원수
노려보고 또 노려보아도
답이 안 보이네

시험지를 내고 나니
그제야 생각나는 답

그래도 시험이 끝나면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네
시험보기 전날
공부하라는 엄마의 잔소리
공부해! 공부해! 공부해!
귀가 먹을 정도로 잔소리 하시는 날

시험 본 다음 날
90점 이상을 못 받으면
또 공부해! 공부해! 공부해!
시험은 참 싫다.
공부하기 싫었다.
아빠와 엄마는 100점 맞으라고 소리쳤다.
마음이 속상했다
 

비단 "시험"이라는 시에서만 아이들이 시험과 공부에 대한 공포심과 거부감을 느낀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시와 일기에서 아이들은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 비슷한 생각을 했고 그때 어른께서 가장 많이 하신 말씀이 학생 때는 공부하는 것이 일이고 참고 열심히 하면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고 하셨습니다.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무엇이 보상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아이들도 똑같이 그런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저보다 더 힘든 짐을 짊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학교는 시험을 통해서 경쟁에 몰아넣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성적순으로 줄을 세워서 성적이 나쁜 학생을 낙오시키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학생이 의사와 변호사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학생이 의사와 변호사가 되는 교육을 받을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오히려 사회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의사와 변호사를 보면 의사와 변호사가 되게 하는 교육도 틀린 것 같습니다.

학생의 능력을 발굴하고 그 능력에 맞춰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람을 만드는 곳이 학교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기회를 공평하게 주는 것이 공교육의 이념이고 목표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고 그래서 우리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오늘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실은 의사와 변호사 시험에 잘 붙기 위한 교육에 더욱 매진하는 것 같고, 기회 불평등한 교육을 경쟁이라는 단어로 포장해 지식을 독점하려는 느낌을 받습니다. 개성과 창의력은 무시되고 획일화되고 무 비판적인 교육이 쫓을 수 없는 이상을 향하는 나침반인양 여겨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의 욕심은 제 딸이 잘하는 일을 잘해서 보람을 찾으며 살아갔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게 너무 큰 욕심이라는 것을 오늘 많이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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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선미 2009/02/27 12: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저는 송정동 초등학교에 다니는 오선미라고 해요. 이제 곧 2학년이 될려고해요. 저는 시험을 좀 못 봐요. 하지만 시험지를 만히 틀린날이 정말 많아요. 그래도 시험지 몇 개 틀렸다고 선생님 께서 혼내시지는 안 해요. 어쩌다 가끔씩은 메도 드시기도 하시지요. 저이 선생님은 무지 착하셔요.

  2. BlogIcon 어둠의마법사 2009/05/26 09: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들의 시가 참 재미있으면서도 현실감이 넘치네요..ㅎㅎ. 댓글도 남겨주시고~~ 고맙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죠??
    조만간 소주 한잔 해요~~~



2009 일출

사진 느낌 2009/01/12 11:46
2009년이 시작된지 벌써 2주일이 다 돼갑니다. 지난 12월 31일부터 1월 3일까지 가족과 함께 동해안 신년 일출도 볼 겸 가족여행을 하고 돌아 왔습니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그 때 찍은 사진이 이제야 정리가 좀 되어 새해 일출 사진을 올릴 수 있게 되었네요.

예년과는 달리 다소 어두운 느낌으로 한 해를 출발하고 있지만 그래도 희망을 걸어 봅니다.

1st Sunrise, 2009

1st Sunrise, 2009

1st Sunrise, 2009

1st Sunrise, 2009

1st Sunris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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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출처: The Internel Movie Poster DataBase)

이번에도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이 한 달이 넘었습니다. 사실은 해가 바뀌었군요. 나라 안팍으로 좋은 않은 소식으로 한 해를 시작해서 안타깝습니다. 더군다나 경제적으로도 무척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예측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사회성이 짙은 영화 두 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두 편 모두 선진국의 (불법입국)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It's a free world"는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주로 동유럽 국가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착취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고 "The Visitor"는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아랍계 불법 입국자에 추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유를 찾아 자유로운 세상(free world)으로 온 외국인 방문자(visitor)는 전혀 자유롭지도 않고 손님 대접도 받지 못합니다. 그들은 자유로운 세계에 들어온 노예나 쓰레기로 취급됩니다. 비단 이러한 상황이 영국이나 미국 혹은 다른 먼 선진국의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 본가는 안산인데 저희 부모님댁에서 러시아 외국인 노동자가 월세를 살고 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이 사람은 15일짜리 관광비자로 입국했습니다. 변변한 기술이 없어서 공사장 노동자로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외국인이라서 보수도 좋은 않은 모양입니다. 월세가 많이 밀려서 어머니가 여권을 뺐어 두었는데 지난 번에 본가에 갔을 때 보니 이미 여권은 2008년 1월에 만료가 돼있었습니다.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를 해 보았는데 경찰은 이민국에 신고하라고 하고 이민국은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답니다. 아마도 안산 경제의 큰 부분을 외국인 노동자가 맡고 있는데 지나친 불법 입국자 단속을 안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월세도 못 내는 형편이니 외국에 송금할 입장도 안되고 그렇다고 돌아갈 비행기 값도 없을테니 그냥 값싼 노동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차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21세기 노예로 말이죠.

물론 우리나라 국민 중에 이런 외국인 노동자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형편없는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분도 많이 계십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국민과 외국인 노동자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부를 쫓아야 할 만큼 가난한 나라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작년말 이미 종합부동산세 개정으로 오히려 빈부의 격차 더 벌이려는 시도를 시작하었고 올 초 진통을 겪고 있는 금산법, 방송법 등으로 이를 더욱 가속화하려는 가운데 2009년 경제가 더 어려워 질 것이라는 핑계로 국민을 쥐어 짜려고만 하는 느낌이 많이 들어 안타깝습니다.

저라도 갖을 수록 나눠 줄 수 있는 그런 마음을 갖고 살려고 노력해 봅니다.

It's a Free World...: IMDb, 네이버영화
The Visitor: IMDb,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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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출처: The Internet Movie Poster DataBase)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이 한 달 만입니다. 게다가 영화 느낌을 올리는 것은 더 오랜만입니다. 오늘부터 한파가 몰아쳐 꽁꽁 얼어붙고 있는데 주로 DVD로 영화를 보게 되어 계절에 안 어울리게 공포 영화에 대해 글을 올리게 되었네요.
다리에 총을 박은 포스터나 제목을 봐서는 SF 영화로 보이는데 영화는 예상외로 좀비가 득실거리는 만점 공포 영화였습니다. 영화에 대한 사전 지식은 감독이 로버트 로드리게스라는 것밖에 없었는데 명성에 걸맞게 걸쭉한 B급 호러 영화를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특히 영화에서 심하게 망가지는 브루스 윌리스와 나빈 앤드류스는 모습에 미소를 짓게 됩니다. B급 호러를 그다지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왠지 B급 정서가 물씬 풍기는 깔끔하게 과장된 영화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퍼니 게임(Funny Games)이란 1997년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다른 공포 영화와는 달리 벗어날 수 없는 답답함의 공포에 것에 몸서리친 적이 있습니다. 마침 나오미 와츠와 팀 로스가 주연한 미국판 퍼니 게임이 같은 감독에 의해 리메이크 되어 보게 되었는데 너무나 원작에 충실해서 좀 더 새로운 시각의 퍼니 게임을 기대했는데 약간 실망을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봐도 시종일관 주인공의 입장과 같이 무언가에 꽉 막힌 답답함을 느끼며 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든 레이크도 퍼니 게임과 유사하게 청소년이 가해자로 피할 수 없는 공포를 맞보게 하고 결론도 악의 승리가 되는 조금은 아웃사이더 성격을 공포 영화입니다. 퍼니 게임처럼 특별한 이유없이 살인을 하게 되는 것과는 달리 이든 레이크에서는 연인과 청소년 사이의 갈등이 살인으로 이어지게 되는 부분이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고 과장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순수하게 살인 혹인 공포에만 초점을 맞춘 퍼니 게임보다는 장르적 특성이 좀 약하지만 색다른 공포 영화로 추천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Planet Terror: IMDb, 네이버영화
Funny Games U.S.: IMDb, 네이버영화
Eden Lake: IMDb,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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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요일 가족과 알레그리아 관람을 위해 잠실 주경기장을 찾았습니다. 마침 서울디자인올림픽도 폐막하는 날이라 겸사겸사 관람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시간을 세계 디자인 놀이공간에서 보내서 정작 디자인올림픽은 1층 전시의 정말 수박 겉만 핥고 말았습니다. 워낙 본 내용도 적었지만 관람한 것도 대충대충 봐서 아쉬움이 이 많이 남습니다. 다만, 새로 산 삼발이를 처음으로 활용할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주경기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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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은 디자인에도 많은 영향을 주어 주경기장은 재활용품을 이용한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재활용품을 활용했다는 취지가 언뜻 좋은 듯 보이지만 사실 재활용 가능한 것은 말 그대로 재활용해서 쓰는 것이 더 좋은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히려 재활용을 할 수 없거나 재활용이 어려운 것을 이용해 예술 작품을 만들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술 작품에 대한 식견이 부족한 저로서는 잠실 주경기장을 쓰레기로 뒤덮어 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 디자인 놀이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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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발상의 어린이 놀이터는 놀이터의 재미 자체는 그렇다고 치고 보기에 일단 좋았습니다. 놀이터가 없는 한 동짜리 아파트에 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코끼리 놀이터를 옮겨다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Design is 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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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그리아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이미 날이 어두워졌습니다. 서울디자인올림픽 2008의 주제어인 Design is Air 전시를 정말 미안하게도 대충 둘러보았습니다. 하지만, 매일 컴퓨터 앞에서 씨름하는 메마른 감성인 저에게는 큰 활력소였습니다. 기발한 발상과 놀라운 표현력. 프로그램 짜는데도 이런 능력이 있으면 더 좋은 것을 만들 텐데. 아니 아이들과 같이 놀 때도 더 재미있게 놀 텐데 하는 생각을 합니다.
혹시 다음에도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기회가 온다면 좀 여유를 갖고 즐기며 차분히 관람을 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사진 전체 세트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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